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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과학

현대정치학개론과 전체주의적 국가주의

by 강이엄마 2022. 12. 13.

이들 저작과 번역서를 중심으로 한국전쟁 이전 정치학계의 이념적. 학문적 경향을 분류한다면 세 가지 경향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그중 하나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저술이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9월 발행된 강 상운 '현대 정치학 대론'이다. 이 책은 전편 '일반 정치학', 후편 '현대 정치학', 자료 편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전편은 '정치학의 개념'을 서론으로 하여 전체 다섯 개장으로 구성되었고, 후편 또한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자료 편에서는 '프랑스 인권 급 국민 권선 언', '미국 독립선언서', '국민 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 정강'을 수록하였다.

강 상운은 전편 '일반 정치학'의 '서론. 정치학의 개념'에서 '정치학'에 관한 소략한 정의를 내렸다. 그는 정치학을 '국가의 본 체급 작용에 대하여 총괄적인 이법을 연구'하는 학문', '특히 국가의 시책이 법을 일반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즉 정치학을 '국가'의 본질과 작용에 관한 일반적인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어서 일반적인 정치학 개론서들이 다루는 정부형태, 정치제도 등을 소개했다. 후편 '현대 정치학'에서는 당내의 주요 정치의 이데올로기와 그에 근거한 정치원리를 상술하면서 저자의 정치적, 이념적 지향을 직접적으로 완연하게 표출했다. 그런 측면에서 그의 저술은 정치학 개론서로서 비교적 독특한 형식을 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후편 '현대 정치학'에서 강 상운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추축국이 패전한 상황임에도 추축국 진영을 지배했던 '국가사회주의=파시즘', '민족사 회주의=국민사 회주의=나치즘' 등의 정치 워닝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해방 이후 민족이 지향해 나갈 정치원리이자 체제 구성의 원리로써 '민족사 회주의'적 이념을 내세웠다. 현대 정치의 3대 이념으로 '자유민주적 정치 관념', '마르크시스트 정치 관념', '민족주의적 전체주의적 정치 관념'을 들고, '민족주의적 전체주의적 정치 관념'의 출현 배경과 이념적 원리를 상술하는 가운데 이를 기조로 하여 앞의 두 정치 관념을 격렬히 비판한 것이다.

최근 1930년대 이래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속에서 주변부의 파시즘 수용 양상, 즉 반제국주의를 바탕으로 사회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하는 형태의 사상적 사례로서 강 상운 '현대 정치학 대론'을 주목한 연구가 제출되었다. 이 연구는 '현대 정치학 대론'에 담긴 반제국주의적 민족주의에 관하여 '나치즘을 저항적 민족주의로 이해하는 모습'이나 '정치적 역사주의'로서의 민족주의적 성격을 부각하고 있으나, 일면적인 관점에서 평가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가 내세운 민족주의. 국가주의. 전체주의는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반개인주의를 담고 있었지만, 시종일관 비판의 주된 표적으로 삼았던 것은 '개인주의의 막다른 골목'이자 '유물론적 개인주의'이며, 국제주의. 계급주의를 진행하는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였기 때문이다.

위의 선행연구는 강 상운이 자료 편에 '소련 헌법'이 아닌 '중화 소비에트 헌법'을 수록한 이유가 '반제국주의를 기조로' 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중화 소비에트 헌법'은 1931년 11월 7일 루이진에서 선포한 중화 소비에트 공화국 임시정부의 헌법 대강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는 잘 알려져 있듯이 1927년 제1차 국공합작 격렬 이후 코민테른의 '지도'를 배경으로 당을 장악했던 '취추바이-리리싼-왕밍'등으로 이어지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소비에트 혁명 노선에 입각한 것으로서, 제1조와 제2조에서 중화 소비에트 공화국은 '공 농민 주전 정', 즉 노동자·농민 독재 국가임을 밝히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강 상운이 '모스크바 본부'의 지령에 따르는 국제 노동자·농민 사회주의라고 극렬히 비난했던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에 관한 어구, 죽 '제17조 중화 소비에트 정권은 세계 무산계급과 피압박 민족과 같이 한 줄의 혁명 선상에 있어서 무산계급 군정의 국가-소비에트 동맹과 공고한 연맹이라는 것을 선언한다'를 담고 있다. 따라서 그는 '반계 급주의', '반 국제주의'로 서의 '반공산주의'를 주장하기 위한 표본으로서 '중화 소비에트 헌법'을 수록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측면은 당시 한국 사회가 직면한 대내외적 상황 속에서 '민족사 회주의'의 구체적인 지향점을 담고 있는 후편의 마지막 장을 통해 더욱 잘 드러난다. 강 상운은 반제국주의적인 저항적 민족주의를 주된 정치원리로 내세우기보다는 반공주의와 직결된 전체주의적 민족주의, 국가주의에 입각한 내적 체제 건설의 지향을 담았다. 마지막 장에서 그는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한 절을 할애하여 해방 이후 좌익 세력의 행태와 결부하여 마르크스주의의 국가론과 국제주의, 계급투쟁론, 유물론 등을 비판했다. 이어서 파시즘. 나치즘과 같이 '열강 제국과 동등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침략 주의화할 우려가 있는' 국가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의 지도원리'로서 '국내 개조, 사회개혁을 실행하는 것'에 주안을 두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를 위해 '국제적인 계급연대가 아니라 무 계급적인 국가의 연대가'가 필요하며, '국가 전체적 조화'의 입장에서 이를 문란케 하는 것을 제거하고 '국가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사회개혁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출처:한국 사회과학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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